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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한밤의 시간표

by prophetess 2023. 6.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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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선에는 선한 보답이 따르고, 악에는 악한 보답이 따른다

사람들은 인과응보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마냥 선한 사람이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 아닐까. 착한 사람들이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오히려 이기적인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경우가 많다. 이기적인 건 죄라고 까지 보기 어렵지만, 진짜 악인의 경우 그들이 잘 먹고 잘 사는 생각만 해도 심사가 뒤틀린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 느끼는 것이 다 비슷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즘 교도소 식단표니, 일과표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말이다. 천인공노할 범죄자들이 교도소에서 뭘 먹고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보면 마지막에 용의자를 풀어주며 '밥은 먹고 다니냐?'라고 물어보지 않는가.

 

예일 대학교와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발표한 공동 연구를 보면 약간이지만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남을 기꺼이 돕고 주변과 원만하게 지내는 사람이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보다 대체로 건강 상태가 좋다고 한다. 후자의 경우 사망률 또한 1.5에서 2배가량 높다고 하니 천형이 이런 걸 말하나 싶다. 또 다른 연구도 있다. 영국의 카디프 대학교와 미국 텍사스 대학교의 연구자들이 선악응보의 인과관계에 대해서 연구했는데, 통계에 따르면 범죄자의 경우에 중년 이후에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지는 경우가 매우 빈번했다고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심리상태와 더불어 술, 담배, 마약 등 생활 습관의 결과라고 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들이 불행하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하자.

기묘하고 이상한 이야기

2023년 여름맞이 호러 소설 중에 가장 만족스러웠다. 책 한 권이 한 개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개의 짧은 단편들로 엮여있다. 뒷이야기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여운을 남기는 것이 인터넷에서 유행했던 나폴리탄 괴담을 떠오르게 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나폴리탄 괴담이라는 것은 별다른 해설도 없고 설명도 없이 맥거핀 형식으로 이야기가 흐지부지 마무리 되는데 '한밤의 시간표'는 짧은 단편들이 서로의 스토리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점이다. 귀신 들린 물건들은 모아놓는 연구소라는 배경 또한 참신했다고 생각한다. 이름만 연구소인 것이 아니라 연구소 관리자도 있고, 연구 직원도 있고, 야간 경비도 있다는 점이 이야기 배경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줘서 좋았다. 특히 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고 연구소의 낮 모습도 보여주는데 그런 묘사로 인해 소설 속 연구소가 실제 있는 장소인 양 느껴지게 했다. 단편 중에서 아주 끔찍하고 징그러운 묘사가 있는 편은 없었다. 지난번에 읽었던 '호러 만찬회'가 제목 그대로 호러 장르라면, '한밤의 시간표'는 미스터리 스릴러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소 야간 경비가 잠긴 문을 확인하는 시간, 잠들지 못하는 여름밤에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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