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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미움받는 식물들 ; 아직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꽃과 풀에 대하여

by prophetess 2023.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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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는 식물들

잡초란 무엇인가?

어떤 식물을 잡초라고 부를만한가에 대한 질문은 명확하게 정의 내리기 어렵다. 그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책이나 수필에서도 다루고 있고, 심지어 '잡초가 무엇인지'에 대한 유구한 철학적 논쟁까지 있어왔다고 말하고 있다. 식물의 쓸모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서 바뀌어왔기 때문에  어떤 한 종을 잡초라고 지목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우리나라만 해도 그러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먹을 것이 귀했던 전쟁을 겪은 노인 세대에게 물어본다면 산야에 못 먹는 풀이 없었을 것이다. 독성이 있으면 삶거나 데쳐서 독을 제거해서 먹었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데친 것을 물에 우려서 독성을 제거하기도 했다. 부모님 세대에 물어본다면 잡초에 범위는 조금 더 커져 있을 것이다. 물자가 점차 넉넉해지면서 너무 질기거나 손질하기 힘든 풀은 더이상 식용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 물어본다면 잡초가 아닌 풀이 없을 것이다. 마트에 진열된 흔한 나물 이외에는 전부 잡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육식 위주의 식생활로 바뀌어가고 있는 것을 미루어 보아 나중에는 그런 나물조차 미움받는 식물들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민들레와 엉겅퀴를 데친 후 조물조물 무쳐서 먹을 수 있다고 알려주면 조금 놀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잡초는 '농경 선택'에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정의하기 어려운 잡초도 기본적으로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란 것이 있기는 하다. 교잡성, 다배수성, 제초제 저항성, 그리고 후생변형성이다. 이런 잡초의 대표적인 특성이 농사를 짓는 많은 사람들을 아주 힘들게 하고 있다 한다. 인간이 길들인 영양 가치와 맛이 훌륭한 일부 종자는 끊임없이 돌보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연약하지만 인간이 경작한 땅에 무단침입한 잡초는 쉬운 발아와 빠른 성장, 자가 수분, 그리고 다량의 씨앗 등으로 번성하고 있다. 인간은 이런 잡초를 매우 성가시게 생각하고 있지만 잡초는 오히려 인간을 진화의 파트너쯤으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농경 선택'으로 특정 작물이 점점 더 주목받음에 따라 미움받는 식물들인 잡초 또한 진화를 해왔다. 어찌보면 잡초의 진화를 부추겼다고 말할 수도 있다.

잡초의 창의성을 인간이 극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특정한 종류의 잡초가 우세하게 되면 종자를 개발하는 대기업에서는 작물 종자와 함께 제초제를 판매한다. 종자와 제초제 이 둘은 한 세트와 같은 것으로, 그 종자는 잡초가 아직 갖추지 못한 제초제의 저항성이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대체로 몇 년이면 무용지물이 되기 마련이다. 미움받는 식물들에게는 다 계획이 있는 법이다. 곧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만들어서 다시 인간을 힘들게 하고 인간은 몇 년이나 효과가 있을지 모를 제초제와 종자 개발에 힘을 쏟는다. 실제로 이런 악순환 속에서 이전에 비해 농작물의 생산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는 잡초 반 작물 반의 경작지를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현상이 계속되면 식료품의 가격이 폭등하고, 나중에는 의사 변호사보다 농부가 더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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