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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by prophetess 2023.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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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

악의 평범성에 대해

홀로코스트에 대한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제시한 개념으로 겉보기에 특별하거나 두드러진 데가 없는 사람이라도 끔찍한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뜻이다. 또는 모든 사람들이 당연하고 일상적으로 여기는 일이 악행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떤 예가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찾자면 2014년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발생했던 일명 '염전 노예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이 사건은 너무 유명해서 전 국민 중 모르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해당 지역의 많은 염전 인부들이 임금체불과 폭행, 폭언, 협박과 함께 가혹한 노동환경에 처해있었는데 지역 사회 주민들이 전혀 몰랐던 사실일까? 그 당시 인터뷰에 따르면 경찰관이 신고를 묵살하기도 하고 도망친 인부를 다시 가해자에게 인계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주민들도 '인부 다섯만 데리고 있으면 그 지역에서 다섯 번째 부자가 되는 동네'라는 인터뷰를 했다. 놀라운 점은 광주 고등법원은 지역 관행이라며 염전 업주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것이다. 그들 중에는 종교를 믿는 사람도 있었을 테고, 아이를 가진 부모도 있었을 것이다. 사건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그들도 우리 주변에 평범한 사람이었을지 모른다. 히틀러 또한 동물애호가이자 채식주의 자였다고 한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과 조선 왕실의 기미상궁

기미의 본래 의미는 음식에 독이 들었는지 여부를 알아보는 검식 과정이었다. 수라와 탕을 제외한 상에 올라오는 모든 찬을 은접시에 골고루 덜어 독의 유무를 판단했다고 한다. 기미를 보는 상궁을 기미상궁이라 했는데 혼자 모든 음식을 검시하는 것은 아니었고 근시의 나인들과 애기나인들에게도 나누어 먹게 했다. 독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다들 꺼렸을 것 같지만 의외로 그렇지 않았는데, 녹용이나 인삼같이 귀한 탕제를 올릴 때 또한 기미를 했기 때문에 상당히 인기 있는 직책이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히틀러의 음식 검시관들도 본인 직책에 자부심을 가졌을까? 전혀 아니었다고 한다. 전시였기 때문에 독일 전역에 식료품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음에도 고급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기미 했던 사람들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그들은 '음식을 먹은 후 죽지 않았다는 사실에 울곤 했다'라고 회상하고 있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홀로코스트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지만, 독일 국민들에게 또한 상흔을 남겼다. 주인공이 겪은 일련의 사건들은  '무사유'와 '생각의 무능'이 사람들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존엄성을 '악의 평범성'으로부터 지키려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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